출저
죽기로 결심했습니다. 어색한 표정으로 찍은 영정사진을 보니 비로소 죽음이 실감납니다.
가족을 위한 유서도 적었습니다. 이제 관에 누울 차례입니다.
어깨가 딱 맞는 좁은 나무 관 속. 누런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누워있습니다.
쾅! 쾅! 관에 못을 박는 소리가 끝나자 이내 무거운 정적이 이어집니다.
그렇게 약 10분 남짓. 관뚜껑이 조심스레 다시 열립니다.
관 안으로 쏟아지는 신선한 공기가 새삼 반갑군요. 환한 불빛이 보입니다.
짧지만 생생하게 죽었고, 다시 살아났습니다.
16일 서울의 한 임종체험센터에서 진행된 죽음체험입니다.
지난 달 우리나라에서 존엄사가 합법화되면서 이틀 만에 신청자가 나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요.
*존엄사 :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
그간 금기시 되어 온 죽음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임종체험을 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습니다.
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미리 연습하고 준비하려는 겁니다.
‘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침표를 찍게 될 지 몰랐어. 미안하고 또 보고싶다’
유서를 작성하고 낭독하던 한 체험자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.
나이도 성별도 달랐지만 대부분 죽음에 대한 아쉬움이 깊은 표정이었는데요.
“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가족이 가장 많이 떠올랐어요.
예상한 죽음도 이렇게 아쉬운데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.
그래서 더욱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요”-체험자 정모(24) 씨
실제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 하지만, 사망자 10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숨지는 상황입니다.
사람들이 더더욱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싶어하는 이유기도 하죠.(국민건강보험공단)
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경험하고 돌아온 체험자들은 죽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읍니다.
“평소 타인의 죽음을 뉴스로만 접하다가 이번에 제 죽음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.
앞으로도 제 선택에 따라 후회없는 마무리를 만들고 싶습니다” -체험자 구모(25) 씨
이러한 ‘죽음 연습’ 열풍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.
중국에는 가짜 화장터에 들어가 보는 체험 프로그램이, 일본에는 자신이 묻힐 곳을 둘러보는 패키지 상품이 등장했죠.
이제는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. 실은 죽음을 외면하기보다 죽음을 준비하며 남은 삶을 잘 채우고 싶어하는 소망이 아닐까요?
*이 카드뉴스는 기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. (서울=연합뉴스) 박성은 기자·조윤진 인턴기자
kirin@yna.co.kr
